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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최초로 '무계 승계' 사례를 남긴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례가 가족장으로 소탈하게 치러지자 재계 안팎에서 고인의 철학이 느껴지는 마지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 제공'LG 2대 회장' 구자경 첫 '무고 승계' 실현…"한결같은 그 다운 마지막"[더팩트|이민주 기자] 재계 최초로 '무고 승계'라는 전례 없는 사례를 남기며 귀감이 됐던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인재 양성에 매진하는 것 외 소탈한 '자연인'의 삶을 선택하며 '정도(正道)'를 강조해 온 고인의 경영 철학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한결같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지난 14일 오전 10시 향년 94세 나이에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곧이어 마련된 고인의 장례는 재계의 '큰 인물'답지 않게 소박하게 준비됐다. 빈소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4일간 치러지고 있다.
빈소 앞으로는 가림막을 설치해 내부를 볼 수 없도록 했고 빈소 밖에는 단 한 개의 조화도 놓이지 않았다. 가림막 위로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오니 너른 양해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쓰였다.
빈소 안에는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LG 임직원 일동, GS 임직원 일동,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구자원 LIG 명예회장, 구자열 LS 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였으며 유족들은 연신 들어오는 근조화환을 돌려보냈다.
조문도 범LG 일가와 일부 정·재계 인사만 최소한으로 받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재계의 거목'답지 않은 소탈한 장례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재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자신의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조용하게 치러 달라고 가족과 주변에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도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라며 "별도의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빈소는 서울 소재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비공개 가족장으로 4일간 치러지며 이틀차를 맞은 15일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LG그룹 제공재계는 차분하고 소박한 장례에 '역시 그답다'는 반응이다. 재계에 따르면 구자경 명예회장은 재임 당시에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겸손한 경영 방식을 고집했다. 생전에도 허례허식 없는 간소한 삶을 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은퇴 후 충남 천안시 성환에 있는 연암대학교 농장에서 버섯 연구에 몰두하는 등 자연인의 삶을 살았다.
그가 쓴 회고록에서도 "외양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삶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회고록에는 "나는 주로 구태회 숙부의 옷을 대물림해 입었다.", "조부께서는 학용품도 하나를 다 써야 새것 하나를 꺼내 주셨다. 그 정도로 철저하게 절약 정신을 익히게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회장님' 답지 않은 소탈한 모습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 명예)회장님께서 1980년대 정부청사 인근 허름한 식당에서 일행과 수행원도 없이 혼자 비빔밥을 드시던 소박한 모습을 몇 차례나 뵀다"며 "회장님의 그런 풍모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을 키웠다. 회장님의 명복을 빈다"는 글을 올렸다.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스스로 회장직을 후대에 넘기는 '무고 승계'라는 모범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지난 1970년 구인회 창업회장이 타계한 이듬해에 45세 나이로 LG그룹 2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로부터 25년이 지난 후인 1995년 2월 LG와의 고락을 뒤로하고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명예회장은 이전부터 "선친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경영권 승계 준비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며 "70세가 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스스로 회장직을 후대에 넘기는 무고 승계 사례를 남겨 귀감이 됐다. 사진은 1970년 1월 9일 LG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한 구자경 명예회장. /LG 제공이를 통해 LG그룹의 전통인 장자승계 원칙을 굳건하게 만들고 안정적인 승계가 이뤄지도록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장자인 고(故) 구본무 회장도 1975년부터 20년 동안 그룹 내 여러 현장을 두루 거치면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최초의 무고 승계는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며 "은퇴할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영 혁신을 위해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변함없는 장자 승계 원칙과 후계자 수업 등이 LG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인화의 경영'이 불협화음 없이 이어진 구 씨·허 씨 양가의 동업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구 씨·허 씨 양가의 동업 관계는 특수한 사례로, 양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사업매각이나 합작,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위기 극복,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잡음 없이 합의로 일을 처리했다.
LG그룹과 GS그룹 계열 분리 과정 또한 합리적이고 순조롭게 이뤄졌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직계가족이 전자, 화학, 통신 등을 맡고 허 씨 집안이 GS그룹을 설립해 정유와 유통, 홈쇼핑 등 분야를 맡기로 하면서다.
한편 장례 이틀 차인 15일 구자경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재계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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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동시다발 도발 위협]동창리서 6일만에 또 ‘중대 시험’북한이 13일 동창리에서 ‘중대 시험’을 했다며 14일 발표한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7분, 약 420초라는 시험 시간이었다. 북한은 2016년 9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에 탑재하기 위한 ‘백두엔진’ 연소시험을 동창리에서 실시하며 연소시간이 200초라고 밝혔다. 이번 시험시간이 수백 초대이고 장소가 동창리라는 건 ICBM에 적용될 엔진 연소시험이라고 확인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엔진 연소시간이 7분에 달한다는 건 별도의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어 대미 기습 타격에 유리한 고체연료 ICBM용 신형 엔진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고체연료 엔진은 연소 불안정성 탓에 7분 가까이 연소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종합하면 북한이 개발 실패 확률이 높은 신형 ICBM 고체엔진 대신 기존 ICBM에서 성능을 어느 정도 입증한 액체엔진을 빠른 속도로 개량하는 식으로 신형 ICBM 엔진을 개발 중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연소시간이 7분이라는 건 2단 이상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신형 ICBM 중에서도 2단 로켓 엔진 시험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추정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면에서 날아오를 때 점화되는 ICBM 1단 엔진은 통상 5분 이내로 연소가 끝난다.
북한이 이번엔 대미 실전용 ICBM을 개발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ICBM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할 때만 해도 1단엔 당시 새로 개발한 ‘백두엔진’을 사용한 반면에 2단 엔진은 기존 소형 엔진을 결합해 급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북한은 14일 이번 시험을 두고 “(미국을 겨냥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제대로 된 엔진 시험으로 대미용 ‘진짜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화성-15형은 600kg짜리 핵탄두를 1만2500km까지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번엔 엔진 성능이 개선되면서 이보다 두 배 이상 무거운 핵탄두를 1만2500km 넘게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탄두를 더 소형화하지 않고도 미 본토 전역을 더 위력적으로 타격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의미”라고 진단했다.
북한 서해안의 남포 해군 조선소 일대를 촬영한 2일 위성사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4일(현지 시간)해당 사진을 공개하며 “경미한 활동들이 재개됐다”면서 잠수한발사탄도미사일(SLBM)발사 가능성을 관측했다. 사진 출처 CSIS 홈페이지군 당국은 북한이 조만간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추가 엔진 연소 시험을 진행해 이 모습을 사진과 영상 등으로 대대적으로 공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앞서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실현하기 위해 그 시점이 크리스마스 전후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동창리 외에 서해안 남포 조선소에서 수중 바지선을 이용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을 내륙을 가로질러 발사해 기술적 안정성을 과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14일(현지 시간)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북한 서해안의 남포 해군 조선소에 있는 수중 시험대 바지선에서 2일 경미한 활동이 재개됐다”며 “바지선 위에 있던 그물 모양 물체를 걷어냈고 주변에 작은 트럭과 소수의 사람이 서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북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도발을 일으켜 국제사회를 주목시킨 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종료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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