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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력의 핵심은 제조업"이라고 했던 삼성- 스마트폰·TV서 잇달아 위탁생산 늘려- 2000년대 후반 위탁생산 늘려갔던 日기업 닮아- 양날의 검 위탁생산…경영효율화vs기술 유출 '갈림길'[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제조 능력을 갖춰야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2010년 8월, 각국 주요 TV 제조업체의 엇갈린 생산 전략을 언급하는 기사에 나온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경쟁력의 핵심은 제조능력’이라던 삼성전자가 최근 스마트폰, TV 등 생산자개발생산(ODM) 방식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저가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이같은 삼성전자의 ‘변심’에 과거 디지털 가전 전쟁에 한국에 패배했던 일본 기업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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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위탁생산 늘려 생존 모색
일본 기업이 본격적으로 외부에 생산을 위탁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던 2009년 무렵부터다. 소니는 북미·중남미 시장에 수출하는 액정 패널을 만드는 멕시코 공장을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에 매각했다. 샤프 역시 같은 해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전자정보산업유한공사’(CEC) 와 액정패널을 생산하는 합병 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당시 샤프 사장은 “일본에서 액정패널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호소했다. 후지쯔의 반도체 자회사 후지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TSMC에 위탁생산을 확대한 것 역시 2009년이다.
일본 제조업의 핵심인 ‘모노즈쿠리’(物作り·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장인 정신을 일컫는 말) 정신이 쇠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이런 선택을 했던 배경에는 후발주자의 매서운 추격이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일본 제품과 비교해 품질은 뒤쳐지지 않으면서 가격 경쟁력은 월등히 앞서는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자 ‘비싸도 우리 제품이 최고’라던 일본 기업들의 자신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액정패널로의 전환, 동아시아라는 새로운 신흥경제의 부상에 일본 기업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3년 일본종합연구소가 발표한 ‘전자기기 산업의 재생을 향해’라는 보고서는 일본 전자산업이 쇠퇴한 주원인으로 ‘전자제품 생산전문서비스(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모델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EMS란 전자제품의 제조·판매과정(설계→R&D→생산→판매)중 생산에 전문적으로 특화해 자사 상표없이 수탁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기업은 타사가 만들지 못하는 기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키 디바이스’(Key Device) 전략을 채택해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시장이 계속 커질 때는 효과적이지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면 이점이 줄어든다. 특히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해 조달하게 되면 보다 가격이 싼 부품이 있어도 사용이 어렵다. 부품 제조라인을 폐기하기 어려워서다.
보고서는 그 대표적인 예로 샤프의 액정 패널 사업을 들었다. 샤프는 2000년 액정패널을 최초로 양산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2000년대 중반이 되자 다른 제조업체들도 샤프의 기술을 하나둘 따라잡았다. 샤프는 사카이(境)시에 대형공장을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비용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샤프를 품에 안은 것은 홍하이다.
◇삼성의 변심은 무죄(?)…위탁생산 확대는 시대적 흐름
디지털 시대에서는 퍼스트무버 기술을 패스트팔로워들이 쉽게 복사할 수 있게 된다. 갈수록 키 디바이스 전략이 어려워진다. 삼성전자의 ‘변심’에서 일본 기업들이 데자뷰를 느끼는 이유다.
한 일본 통신업계 관계자는 닛케이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시 이렇게 될 수밖에 없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기업에 밀려 존재감을 잃어갔던 소니의 TV 사업 부활은 위탁생산의 효율성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분석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06년 삼성전자에 TV시장 1위에 자리를 내주고 시장점유율이 7%(2013년)까지 떨어졌던 소니가 2019년 상반기 22%까지 회복했다.
특히 2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LG전자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정작 LG디스플레이에서 납품받은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물론 이러한 방향 전환이 반드시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일본 전자산업은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천설비업체(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주문자의 제품을 단순 납품하는 위탁생산) 등 위탁생산을 강화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위탁 생산을 늘림으로써 원천 기술 유출을 가속화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많다. 위탁 생산이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과 거래 관계가 있는 한 일본 제조업체의 임원은 “삼성이 외부 위탁 과정에서 잘 조율이 되지 않고 예상했던 가격 인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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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각국 주요 TV 제조업체의 엇갈린 생산 전략을 언급하는 기사에 나온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경쟁력의 핵심은 제조능력’이라던 삼성전자가 최근 스마트폰, TV 등 생산자개발생산(ODM) 방식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저가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이같은 삼성전자의 ‘변심’에 과거 디지털 가전 전쟁에 한국에 패배했던 일본 기업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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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위탁생산 늘려 생존 모색
일본 기업이 본격적으로 외부에 생산을 위탁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던 2009년 무렵부터다. 소니는 북미·중남미 시장에 수출하는 액정 패널을 만드는 멕시코 공장을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에 매각했다. 샤프 역시 같은 해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전자정보산업유한공사’(CEC) 와 액정패널을 생산하는 합병 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당시 샤프 사장은 “일본에서 액정패널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호소했다. 후지쯔의 반도체 자회사 후지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TSMC에 위탁생산을 확대한 것 역시 2009년이다.
일본 제조업의 핵심인 ‘모노즈쿠리’(物作り·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장인 정신을 일컫는 말) 정신이 쇠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이런 선택을 했던 배경에는 후발주자의 매서운 추격이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일본 제품과 비교해 품질은 뒤쳐지지 않으면서 가격 경쟁력은 월등히 앞서는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자 ‘비싸도 우리 제품이 최고’라던 일본 기업들의 자신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액정패널로의 전환, 동아시아라는 새로운 신흥경제의 부상에 일본 기업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3년 일본종합연구소가 발표한 ‘전자기기 산업의 재생을 향해’라는 보고서는 일본 전자산업이 쇠퇴한 주원인으로 ‘전자제품 생산전문서비스(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모델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EMS란 전자제품의 제조·판매과정(설계→R&D→생산→판매)중 생산에 전문적으로 특화해 자사 상표없이 수탁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기업은 타사가 만들지 못하는 기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키 디바이스’(Key Device) 전략을 채택해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시장이 계속 커질 때는 효과적이지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면 이점이 줄어든다. 특히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해 조달하게 되면 보다 가격이 싼 부품이 있어도 사용이 어렵다. 부품 제조라인을 폐기하기 어려워서다.
보고서는 그 대표적인 예로 샤프의 액정 패널 사업을 들었다. 샤프는 2000년 액정패널을 최초로 양산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2000년대 중반이 되자 다른 제조업체들도 샤프의 기술을 하나둘 따라잡았다. 샤프는 사카이(境)시에 대형공장을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비용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샤프를 품에 안은 것은 홍하이다.
◇삼성의 변심은 무죄(?)…위탁생산 확대는 시대적 흐름
디지털 시대에서는 퍼스트무버 기술을 패스트팔로워들이 쉽게 복사할 수 있게 된다. 갈수록 키 디바이스 전략이 어려워진다. 삼성전자의 ‘변심’에서 일본 기업들이 데자뷰를 느끼는 이유다.
한 일본 통신업계 관계자는 닛케이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시 이렇게 될 수밖에 없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기업에 밀려 존재감을 잃어갔던 소니의 TV 사업 부활은 위탁생산의 효율성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분석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06년 삼성전자에 TV시장 1위에 자리를 내주고 시장점유율이 7%(2013년)까지 떨어졌던 소니가 2019년 상반기 22%까지 회복했다.
특히 2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LG전자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정작 LG디스플레이에서 납품받은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물론 이러한 방향 전환이 반드시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일본 전자산업은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천설비업체(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주문자의 제품을 단순 납품하는 위탁생산) 등 위탁생산을 강화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위탁 생산을 늘림으로써 원천 기술 유출을 가속화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많다. 위탁 생산이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과 거래 관계가 있는 한 일본 제조업체의 임원은 “삼성이 외부 위탁 과정에서 잘 조율이 되지 않고 예상했던 가격 인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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