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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경제장관회의 열어 중동사태 영향 점검
"금융시장, 유가·수출 등 실물시장 모니터링 강화"
올해 반등 기대 성장률·수출실적 악영향 초비상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해 첫 경제확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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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김영환 기자] 미국과 이란간 전운이 짙어지면서 올해 회복을 기대했던 한국 경제가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중동 전체로 확전된다면 유가와 수출 등 실물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최근 중동지역 불안에 따른 대내외 상황 점검 및 파급영향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오전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공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동지역 정정불안이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금융·외환시장, 수출, 유가, 해외건설, 해운물류 등 5개 작업반을 구축해 본격 가동할 것”이라며 “사안이 금융시장뿐 아니라 유가·수출 등 실물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과 관련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동사태 정부 관계부처 합동대응반은 기재부 제1차관을 총괄반장으로, 금융시장(금융위원회), 국제유가(산업통상자원부), 실물경제(산업통상자원부), 해외건설(국토교통부), 해운물류(해양수산부) 등 총 5개반 주무부처 차관이 반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 국제유가 급등시 시나리오별 대응 점검
미국이 이란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지난해 5월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돼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사들의 대 이란 외화 익스포져(위험노출액)도 400만달러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면 국내 경제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 중 3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고, 국제유가는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해협(반경 150마일)·페르시아만을 운항 중인 국적선사 소유 선박은 총 15척이며, 현재까지 별다른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운항 중이다. 작년 한해 약 175척의 국적선사 소유 선박(국적선 및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이 편도기준 900여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만약 전쟁이 발발하거나 해서 호르무즈 해역이 봉쇄되거나 할 경우 해운 산업의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유가 상승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심각하면 정책 지원 등도 고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수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에 대해 하루 6시간 간격으로 선박 위치를 확인하던 것을 하루 1시간 간격으로 대폭 앞당겼다. 또 하루 1번 선박과 위성 통화를 하며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 이란發 새로운 악재 부상.. 올해 성장률·수출 전망 경고등
미국과 이란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관련 이슈가 수시로 부각되면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중동정세가 대내외 경제에 복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동정세가 악화하면 올해 우리 수출이 다소 회복하고 성장률도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정부의 경제전망도 빗나갈 수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국내총생산(GDP) 2.4% 성장, 수출 3.0% 증가, 설비투자 5.2% 증가를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기저효과와 미·중 무역분쟁 완화,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을 근거로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 경제의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 등 국내물가의 변동성을 확대시켜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석유류 제품, 교통, 전기·연료 등이 유가가 급등하면 충격을 많이 받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서 저물가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올해 중동사태가 악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계 경제에 커다란 악재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 1차 합의로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과 교역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장미빛 희망에 그칠 수 있다.
영국의 경제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군사적 움직임을 수반하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세계 성장률은 0.3~0.5%포인트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중동정세 불안에 대한 해외시각 점검’ 보고서에서 “중동 불안이 단기·제한적 이벤트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중동 내 반미 감정 고조, 11월 미국 대선 등으로 중동 정세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철 (che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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