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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자 중 30%는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일자리에 하향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나와서 매장 판매직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000년 22~23%였던 하향취업률은 추세적으로 상승해 올해 9월엔 30.5%까지 올라왔다. 하향 취업이 늘어나는 것은 고학력 노동을 시장이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0~2018년 중 대졸자는 연평균 4.3% 증가한 반면 이들에 맞춤한 일자리는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1차적으로는 고학력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가 문제다. 대학진학률은 2009년 77.8%를 정점으로 지난해는 69.7%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일자리 증가 속도가 더 빨리 떨어졌기 때문에 대졸자들의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학력과잉 문제 역시 성장 둔화 못지않게 심각하다. 대학진학률 70%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노동 공급의 70%가 고학력인 상황에선 하향 취업을 막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제가 발전한다고 해서 고학력 일자리만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충분한 일자리를 대졸자가 차지하면 교육투자 및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이 생겨나게 된다. 개인의 투자가 사회적 편익에 기여하지 못한 채 증발된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나무랄 수도 없다. 지난해 고졸 취업률은 30.7%, 대졸 취업률은 66.2%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고졸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서도 대학을 나와야 하는 학력 인플레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단기간에 학력과잉 구조를 깰 수 없다면 대학교육을 시장 수요에 맞게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공계와 인문·사회 계열 하향취업률은 30%로 거의 비슷하다. 전공 불문 취업난을 겪는 것과 달리 산업현장에선 인공지능(AI) 등 첨단 인력 품귀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실수요형, 실무형 교육을 늘려 대학교육의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하향 취업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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